음악 크레딧은 어떻게 읽을까? 노래 한 곡을 만든 사람들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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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보는 정보는 단순합니다.

곡 제목과 아티스트 이름.

피처링 아티스트가 있다면 이름 하나가 더 붙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면만 보면 한두 사람이 노래 한 곡을 모두 만든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음원의 크레딧(Credits)을 열어보면 갑자기 낯선 이름들이 쏟아집니다.

Songwriter, Composer, Producer, Mixing Engineer, Mastering Engineer….

한 곡에 이름이 열 명 가까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크레딧을 읽는 데 모든 직함을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노래 한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떠올리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누가 이 음악을 연주하거나 노래했을까?
누가 곡을 썼을까?
누가 녹음물의 방향과 사운드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누가 그 소리를 최종 음원으로 다듬었을까?

이 네 가지 질문을 가지고 크레딧을 읽어보겠습니다.


1. 가장 먼저 보이는 이름: Artist와 Featuring

먼저 우리가 평소 가장 익숙하게 보는 Artist부터 시작합니다.

아티스트는 해당 음원을 발표하고 실연하는 주체와 관련된 표시입니다. 솔로 가수일 수도 있고 밴드나 그룹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에 가장 크게 표시되는 아티스트가 곡의 모든 요소를 혼자 만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제목 옆에서 자주 보는 것이 **feat.**입니다.

feat.는 featuring을 줄인 표현으로, 메인 아티스트의 곡에 다른 아티스트가 참여했음을 나타낼 때 사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Featuring은 ‘무엇을 얼마나 만들었는가’를 나타내는 제작 크레딧이 아닙니다.

피처링 아티스트가 한 절을 노래할 수도 있고, 랩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songwriting에도 참여할 수 있지만 feat.라는 표기 자체만으로 작곡 참여 여부를 알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곡 제목에서 보는 이름과 제작 크레딧은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2. Written by를 보면 ‘곡을 쓴 사람’이 보인다

이제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가 봅니다.

크레딧에서 Written by, Songwriter, Composer, 때로는 Lyricist 같은 표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노래라는 작품 자체를 누가 만드는 데 참여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여기서 한국 음악의 크레딧에 익숙한 사람은 조금 헷갈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작사 / 작곡 / 편곡

이라는 구분을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영어권의 크레딧 표시는 이 구분과 언제나 정확하게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습니다.

Songwriter는 단순히 ‘작사가’라는 뜻으로만 사용되는 표현이 아닙니다. 노래의 가사나 음악을 쓰는 창작자를 폭넓게 가리킬 수 있습니다.

반면 Composer는 음악을 작곡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중심입니다. Lyricist가 별도로 표시된다면 가사 작성자를 나타냅니다.

Songwriter와 Composer의 차이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영어 단어 하나를 한국어 단어 하나와 억지로 짝짓기보다 그 사람이 곡의 어떤 부분을 만드는 데 참여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서비스에 따라 같은 곡의 정보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정리되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크레딧을 볼 때 중요한 것은 영어 단어 하나를 한국어 단어 하나와 억지로 짝짓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곡을 쓰는 과정에 참여했구나.”

라는 큰 구조부터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Written by에 이름이 이렇게 많을까?

여기서 실제 크레딧을 처음 보는 사람이 자주 갖는 의문이 생깁니다.

“노래 하나 쓰는 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현대 대중음악은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사람이 가사의 아이디어를 만들고, 다른 사람이 멜로디를 발전시키며, 또 다른 사람이 곡의 일부를 함께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수가 많은 이유가 항상 같은 것은 아닙니다.

기존 음악의 일부를 이용하는 샘플링(sampling)이나 기존 작품의 멜로디·가사 등의 요소를 새롭게 재현하는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이 관련되어 원작 창작자의 이름이 크레딧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크레딧에 이름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람들이 전부 한 방에 모여서 이 노래를 썼다.”

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오래된 음악가의 이름을 발견했다면 흥미로운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노래가 어떤 과거의 음악과 연결되어 있을까?

크레딧은 이런 질문을 시작하게 해줍니다.


3. Producer를 보면 ‘완성되는 과정’이 보인다

곡을 쓴 사람을 확인했다면 다음은 Producer입니다.

Produced by OOO, 또는 간단히 prod. OOO라고 적히기도 합니다.

프로듀서는 곡을 쓴 사람과 반드시 같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악기와 사운드를 선택하고, 편곡과 녹음 방향에 관여하며, 아티스트와 함께 이 음악이 최종적으로 어떤 녹음물이 될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힙합에서는 비트를 만든 사람이 Producer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프로듀서를 ‘비트 만드는 사람’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듀서의 역할은 시대와 장르, 작업 방식에 따라 훨씬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밴드와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프로듀서와 컴퓨터 안에서 드럼·베이스·신디사이저를 직접 만드는 전자음악 프로듀서가 똑같은 방식으로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사람이 Songwriter이면서 Producer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곡을 쓴 사람과 프로듀서가 완전히 다를 수도 있습니다.


4. Recording, Mixing, Mastering은 무엇이 다를까?

여기까지 읽으면 노래가 거의 완성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크레딧에는 여전히 여러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Recording Engineer, Mixing Engineer, Mastering Engineer입니다.

이 세 역할은 이름이 비슷해서 처음에는 특히 헷갈립니다.

한 곡의 제작 과정을 아주 단순화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Recording Engineer

보컬과 악기 등의 소리를 녹음하는 과정과 관련된 기술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어떤 마이크를 어떻게 배치할지, 녹음 레벨을 어떻게 설정할지, 원하는 소리를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지 등의 과정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업무 범위는 녹음 환경과 프로젝트에 따라 달라집니다.

Mixing Engineer

녹음이 끝났다고 곧바로 우리가 듣는 음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곡에는 보컬, 드럼, 베이스, 기타, 신디사이저 등 많은 트랙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믹싱 엔지니어는 이 요소들의 음량, 좌우 위치, 음색, 다이내믹, 공간감 등을 조정하면서 하나의 믹스로 만듭니다.

예를 들어 보컬이 다른 악기에 묻힌다면 균형을 조절해야 합니다. 기타가 어느 쪽에서 들릴지, 리버브를 통해 어느 정도의 공간감을 줄지 같은 요소도 믹스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Mastering Engineer

믹싱이 끝난 뒤에는 마스터링(mastering) 단계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스터링은 최종 믹스를 발매에 적합한 형태로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전체적인 레벨과 음색, 다이내믹 등을 점검하고 최종 배포 형식을 준비하는 작업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마스터링은 ‘믹싱을 한 번 더 하는 것’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믹싱이 곡 안의 여러 트랙 사이 관계를 다룬다면, 마스터링은 이미 만들어진 최종 믹스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제작 단계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노래 한 곡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 보면

지금까지의 역할을 제작 흐름에 맞춰 아주 간단하게 놓아보면 다음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연주한다
Artist / Performers

↓

곡을 쓴다
Songwriter / Composer / Lyricist

↓

음악이 어떤 녹음물로 완성될지 만든다
Producer

↓

보컬과 악기 등을 녹음한다
Recording Engineer

↓

여러 트랙을 하나의 균형 잡힌 믹스로 만든다
Mixing Engineer

↓

완성된 믹스를 최종 발매용으로 준비한다
Mastering Engineer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지도입니다.

실제 제작 과정이 항상 이 순서대로 깔끔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녹음 도중 편곡이 바뀔 수도 있고, 프로듀서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믹싱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티스트가 곡을 쓰고 프로듀싱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크레딧에서 같은 사람의 이름이 여러 항목에 반복되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연주자 이름까지 내려가면 노래가 다시 들린다

크레딧에서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연주자(performer/personnel) 정보입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 피아노, 신디사이저, 스트링 등 누가 어떤 악기를 연주했는지 기록되어 있는 음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부터 크레딧은 단순한 제작 정보가 아니라 음악을 듣는 방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곡에서 유난히 마음에 드는 베이스 라인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크레딧을 확인해 연주자의 이름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이 참여한 다른 음반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Chic의 음악을 들으며 베이스에 관심이 생겼다면 Bernard Edwards라는 이름을 발견할 수 있고, 기타의 독특한 리듬을 따라가면 Nile Rodgers라는 이름을 만나게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의 이름을 따라 다른 음반을 찾아보면 ‘Chic와 비슷한 음악’을 검색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이 연결됩니다.

아티스트에서 아티스트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에서 다른 음반으로 이동하는 길이 생기는 것입니다.


크레딧 정보는 어디에서 확인하면 될까?

크레딧을 보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실물 음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곡의 옵션이나 상세 정보 메뉴를 열면 제공되는 범위 안에서 곡의 크레딧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서비스가 모든 크레딧을 똑같이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곳에서는 songwriter와 producer 정도만 확인할 수 있고, 다른 데이터베이스나 음반의 라이너 노트에서는 연주자와 엔지니어 등 더 상세한 정보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크레딧 데이터는 음반사나 유통사 등이 제공하는 메타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마다 표기 범위나 방식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주 상세한 정보를 확인하고 싶다면 한 곳의 화면만 보는 것보다 공식 음반 정보나 라이너 노트 등 다른 출처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오래된 음반을 조사할 때는 재발매판의 라이너 노트가 상당히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크레딧을 읽을 때 조심할 세 가지

음악 크레딧은 유용하지만 이름만 보고 너무 많은 것을 추측해서는 안 됩니다.

첫째, Producer라고 해서 그 사람이 곡을 전부 만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둘째, Artist라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작사·작곡을 했다는 뜻도 아닙니다.

셋째, Songwriter가 많다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곡에 참여했다는 뜻도 아닙니다.

크레딧은 ‘누가 어떤 역할로 이름을 올렸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지만, 정확히 어떤 아이디어를 누가 처음 제안했는지 같은 세부 제작 과정까지 항상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런 내용은 제작 인터뷰, 공식 라이너 노트, 다큐멘터리 등의 추가 자료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크레딧은 결론이라기보다 좋은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음악을 ‘가수의 노래’ 너머로 듣는 방법

평소에는 곡 제목과 아티스트만 알아도 음악을 듣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크레딧을 한 번 열어보면 우리가 한 곡이라고 부르는 것 뒤에 훨씬 많은 과정이 있다는 사실이 보입니다.

누군가는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썼습니다.

누군가는 그 음악의 전체적인 제작 방향을 잡았습니다.

누군가는 목소리와 악기를 녹음했고, 또 다른 사람은 여러 소리를 하나의 믹스로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발매될 음원을 다듬은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한 사람이 이 중 여러 역할을 동시에 담당합니다.

다음에 정말 마음에 드는 곡을 발견하면 이번에는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말고 크레딧을 한 번 열어보세요.

그리고 이름 하나만 골라봅니다.

프로듀서여도 좋고, 송라이터여도 좋고, 베이스를 연주한 사람이어도 좋습니다.

그 이름으로 다른 음악을 찾아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곡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크레딧을 읽는다는 것은 음악 뒤에 숨은 이름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한 곡에서 다음 음악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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