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노래의 크레딧을 열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름이 나옵니다.
가수 한 명이 부르는 노래인데 Written by 아래에는 세 명, 다섯 명, 때로는 그보다 많은 이름이 적혀 있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Songwriter, Composer, Lyricist 같은 표현을 만납니다.
한국 음악에 익숙하다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음반 정보에서
작사 OOO
작곡 OOO
편곡 OOO
처럼 역할을 나누어 보는 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영어의 Songwriter는 작사가일까요, 작곡가일까요?
그리고 Composer가 이미 작곡가라는 뜻이라면 Songwriter라는 역할은 왜 따로 존재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두 단어는 상당히 겹치지만 항상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점은 음악 크레딧의 분류 방식이 국가와 장르, 데이터베이스와 서비스에 따라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어 단어 하나를 한국의 ‘작사’나 ‘작곡’ 하나에 무조건 대응시키는 것보다 그 사람이 곡의 어떤 부분을 만드는 데 참여했는지를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Songwriter는 단순히 ‘작사가’라는 뜻이 아니다
Songwriter를 단어 그대로 보면 song과 writer가 합쳐져 있습니다.
말 그대로 노래를 쓰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쓴다’는 것은 가사만 작성한다는 뜻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노래의 멜로디를 만들거나 가사를 쓰는 등 곡 자체를 만드는 작업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멜로디와 가사를 모두 만들었다면 그 사람을 songwriter라고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여러 사람이 함께 곡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한 사람은 가사를 쓰고, 다른 사람은 멜로디를 만들고, 또 다른 사람이 곡의 일부를 함께 만드는 식입니다. 이들은 작품의 기여와 크레딧 체계에 따라 모두 songwriting credit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어와 영어 표기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작사와 작곡을 별도의 항목으로 세분화합니다.
영어권 크레딧에서는 Written by 또는 Songwriters 아래에 곡을 쓴 사람들이 함께 표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Songwriter = 작사가
라고 외워버리면 멜로디 작성에 참여한 songwriter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Songwriter = 작곡가
라고만 번역해도 가사 작업을 포함하는 경우를 놓칠 수 있습니다.
Songwriter는 문맥에 따라 노래의 음악이나 가사, 또는 양쪽의 창작에 참여한 사람을 가리키는 비교적 넓은 표현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Composer는 무엇을 만드는 사람일까?
Composer는 일반적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 즉 작곡가를 뜻합니다.
가사보다 음 자체의 구성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표현입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을 생각하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처럼 가사가 없는 기악 작품에도 작곡가는 존재합니다. 이런 작품을 만든 사람을 songwriter라고 부르는 것보다 composer라고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대중음악으로 오면 경계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대중음악의 ‘노래’에서는 멜로디와 가사가 함께 작품을 이루는 경우가 많고,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작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음악을 만든 사람을 Composer로, 가사를 쓴 사람을 Lyricist로 구분할 수 있고, 다른 곳에서는 이들을 넓게 Songwriter 또는 Written by 아래에서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즉 크레딧을 볼 때는 표시된 영어 단어만 보고 실제 기여 내용을 지나치게 단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멜로디를 만들면 작곡이고, 반주를 만들면 편곡일까?
여기서 한 단계 더 어려운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가 듣는 노래에는 보컬 멜로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코드가 있고, 드럼이 있고, 베이스가 있으며,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만든 사람이 작곡가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구분으로 보면 작곡은 곡의 핵심적인 음악 요소를 만드는 작업과 연결되고, 편곡(arrangement)은 그 곡을 어떤 악기와 구성, 스타일로 구현할지를 다루는 작업과 연결됩니다.
간단한 상황을 하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피아노와 목소리만으로 만든 데모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멜로디와 코드, 가사는 이미 존재합니다.
그런데 완성된 음원에서는 인트로에 신디사이저가 들어가고, 벌스에 드럼과 베이스가 추가되며, 두 번째 후렴에서는 스트링이 등장합니다.
원래 있던 곡이 어떤 모습으로 들릴지 구체화되는 과정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 작업은 편곡이나 프로덕션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현대 대중음악에서는 작곡, 편곡, 프로덕션이 실제 작업 과정에서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모든 곡을 하나의 공식으로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DAW에서 비트와 코드, 멜로디를 동시에 만들면서 곡을 발전시키는 제작 방식에서는 “어디까지가 작곡이고 어디부터가 프로덕션인가?”가 실제 협업과 크레딧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음악 크레딧은 단순한 직업 명단이 아니라 한 곡의 창작 과정이 어떻게 나뉘었는지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왜 한 곡에 송라이터가 이렇게 많을까?
요즘 대중음악의 크레딧을 보다가 가장 놀라기 쉬운 부분입니다.
한 사람이 부른 3~4분짜리 노래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곡을 쓴 것으로 표시될까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단순한 경우는 공동 작업입니다.
한 사람이 코드를 만들고 다른 사람이 멜로디를 만들며 또 다른 사람이 가사를 함께 쓸 수 있습니다. 곡을 여러 명이 함께 발전시켰다면 그만큼 크레딧에 여러 이름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스튜디오에 모여 함께 곡을 쓴 사람만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샘플링(sampling)도 크레딧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기존 음악의 일부를 새로운 곡에 사용하면서 원작의 저작물과 관련된 권리 처리가 이루어지면, 원곡의 창작자가 새 곡의 songwriting 관련 크레딧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터폴레이션(interpolation)도 있습니다.
기존 음원의 녹음 자체를 가져오는 대신 기존 곡의 멜로디나 가사 같은 저작물 요소를 새롭게 연주하거나 재현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어떤 곡의 크레딧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오래된 음악가의 이름을 발견했다면, 단순히 “이 사람들이 모두 같은 방에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 곡이 과거의 다른 음악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크레딧은 때때로 한 곡의 음악적 족보를 보여줍니다.
실제 한 곡의 크레딧을 따라가 보면
이 개념을 이해하기 좋은 유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Mark Ronson – Uptown Funk (feat. Bruno Mars)입니다.
제목만 보면 먼저 두 가지 역할이 눈에 들어옵니다.
Mark Ronson이 메인 아티스트로 표시되고 Bruno Mars는 feat.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크레딧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훨씬 복잡해집니다.
Bruno Mars는 이 곡에서 단순히 목소리만 빌려준 사람이 아닙니다. 곡을 쓰는 과정에도 참여했고 프로덕션에도 관여했습니다. Mark Ronson 역시 프로듀서이면서 songwriting에 참여했습니다.
즉 화면 가장 위에 보이는 아티스트 표기만으로는 누가 곡의 어떤 부분을 만들었는지 전부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이 feat.와 prod. 그리고 songwriter를 따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래를 부른 사람, 곡을 쓴 사람, 녹음물을 프로듀싱한 사람은 서로 다른 기준의 역할입니다.
한 사람이 이 중 여러 역할을 동시에 맡을 수도 있습니다.
가수가 직접 곡을 쓰면 Singer-Songwriter가 된다
여기에서 익숙한 단어 하나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Singer-songwriter.
말 그대로 노래를 부르는 singer이면서 곡을 쓰는 songwriter이기도 한 음악가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이 말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힌트입니다.
노래를 부른 사람과 노래를 쓴 사람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대중음악의 역사를 보면 다른 작곡가와 작사가가 만든 노래를 가수가 부르는 방식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반대로 자신의 곡을 직접 쓰고 부르는 음악가도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의 제작 환경이 더해지면 한 사람이
Artist + Songwriter + Producer
세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음악을 이해할 때 ‘이 노래는 누구 노래인가?’라는 질문에도 사실 여러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가 불렀는지를 묻는 것인지, 누가 썼는지를 묻는 것인지, 누가 녹음물의 사운드를 만들었는지를 묻는 것인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레딧을 볼 때는 이 네 가지부터 찾으면 쉽다
음악 크레딧을 처음 열면 낯선 직함이 너무 많아 오히려 읽기가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전부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좋아하는 노래 하나를 골라 우선 다음 네 가지를 찾아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Artist
우리가 음원 화면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아티스트입니다. 실제 연주·보컬 참여 방식은 작품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Songwriter / Written by
곡을 쓰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항목입니다.
Producer / Produced by
녹음물이 어떤 방향과 사운드로 완성될지 만드는 제작 과정에 참여한 사람입니다. 앞서 살펴본 prod.가 바로 여기와 연결됩니다.
Featuring artist
메인 아티스트와 함께 특정 곡에 참여하고 feat. 등으로 표시되는 아티스트입니다.
이 네 가지만 구별해도 스트리밍 화면에서 보이지 않던 음악의 뒷부분이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그다음 Recording Engineer, Mixing Engineer, Mastering Engineer, Arranger 등의 역할을 하나씩 확장해가면 됩니다.
같은 사람의 이름이 두세 번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크레딧을 읽을 때 가장 피해야 할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한 사람은 한 가지 역할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 음악 제작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수가 직접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들 수 있습니다.
프로듀서가 작곡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송라이터가 악기를 연주할 수도 있고, 프로듀서가 직접 믹싱을 맡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크레딧에서 같은 이름이 Artist, Songwriter, Producer 등의 항목에 반복해서 등장하더라도 중복 오류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그 사람이 한 곡의 여러 제작 단계에 참여했다는 단서가 됩니다.
반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아티스트의 노래인데 songwriting credit에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 역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음악을 ‘누가 불렀는가’와 ‘누가 만들었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곡 제목 아래의 작은 이름들을 읽기 시작하면
Composer와 Songwriter의 차이를 가장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Composer는 음악을 작곡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중심이고, Songwriter는 노래의 음악이나 가사를 쓰는 창작자를 가리키는 보다 넓은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중음악의 크레딧에서는 서비스와 작품에 따라 분류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두 용어가 언제나 깔끔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익숙한 작사 / 작곡 / 편곡과 영어권에서 만나는 Songwriter / Composer / Lyricist / Arranger 역시 기계적으로 일대일 대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름보다 그 뒤에 있는 제작 과정입니다.
다음에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곡 제목과 가수 이름만 보고 화면을 닫지 말고 크레딧을 한 번 열어보세요.
누가 곡을 썼는지, 누가 프로듀싱했는지 살펴보고 익숙하지 않은 이름 하나를 골라봅니다.
그 사람이 참여한 다른 음악까지 따라가다 보면 장르나 아티스트 중심으로 음악을 찾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연결이 생깁니다.
feat.에서 시작해 prod.를 알게 되고, 다시 songwriter와 composer를 만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음악 크레딧은 곡 끝에 붙는 작은 글씨가 아니라 한 곡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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