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레코드 한 장이 완성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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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 위에 LP 한 장을 올려놓고 보면 꽤 단순한 물건처럼 보입니다. 둥근 원판에 아주 가느다란 홈이 있고, 가운데에는 라벨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 파일 하나를 복사하듯 LP도 원본에서 그대로 찍어내면 되는 것일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음악을 LP로 만들려면 먼저 음원을 레코드의 홈으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원판을 이용해 금속 스탬퍼를 만들고, 뜨겁게 만든 비닐 소재를 압착한 뒤 식히고 잘라내야 비로소 우리가 아는 레코드 한 장이 됩니다.

LP 가격표를 보고 가끔 “원판 하나가 왜 이렇게 비싸지?” 싶을 때가 있는데, 제작 과정을 알고 보면 적어도 그냥 플라스틱 원판을 찍어내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레코드 한 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처음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

첫 단계는 음악을 홈으로 옮기는 커팅입니다

레코드를 만들려면 먼저 완성된 음원을 물리적인 홈으로 옮겨야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과정이 커팅(cutting)입니다.

전통적인 레코드 제작에서는 커팅 선반(cutting lathe)이라는 장비를 이용해 음악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커팅 헤드가 래커가 코팅된 디스크에 나선형 홈을 새깁니다.

턴테이블의 스타일러스가 이미 만들어진 홈을 따라가며 음악을 읽는다면, 커팅은 그보다 앞선 과정입니다. 음악 신호를 실제 홈의 움직임으로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때 아무 음원이나 그대로 보내서 홈을 파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레코드는 물리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한 면에 들어가는 시간, 저음의 크기, 전체적인 음량과 다이내믹 등이 홈의 형태와 필요한 공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음악을 한 면에 넣으려고 하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므로 커팅 조건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바이닐용 마스터링과 커팅 과정에서는 디지털 음원과는 다른 물리적 조건을 고려하게 됩니다.

여기서 기존에 작성한 「LP에 소리가 저장되고 재생되는 원리」와 연결됩니다.

그 글이 “스타일러스는 홈에서 어떻게 음악을 읽는가”에 관한 이야기라면, 지금 보고 있는 과정은 그 홈이 애초에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레코드의 홈은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제작의 첫 단계부터 음악 그 자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래커를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래커에 음악을 새겼다고 해서 그것을 공장에 놓고 LP를 하나씩 찍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커팅된 디스크는 대량 생산에 사용할 금속 스탬퍼를 만드는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일반적인 레코드 제조에서는 커팅된 래커의 표면을 처리한 뒤 전기 도금 과정을 통해 금속 복제물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는 홈과 반대되는 형태를 가진 금속 부품이 만들어지고, 사용하는 제조 방식에 따라 중간 금속 복제 단계를 더 거쳐 최종적으로 프레스에 장착할 스탬퍼(stamper)를 준비합니다.

왜 굳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칠까요?

래커 자체를 수백 장, 수천 장의 레코드를 찍어내는 금형처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프레싱 과정에서는 높은 압력과 열이 사용되므로 반복 생산을 견딜 수 있는 금속 스탬퍼가 필요합니다.

스탬퍼를 자세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점도 있습니다.

완성된 레코드에는 바늘이 지나갈 홈이 움푹 파여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레코드를 찍어내는 금형에는 그 반대 형태가 있어야 합니다. 스탬퍼의 미세한 구조가 비닐 표면에 눌리면서 우리가 보는 레코드 홈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A면과 B면이 있는 레코드라면 당연히 양쪽 면에 해당하는 스탬퍼가 필요합니다.

이제 음악이 담긴 금속 금형까지 준비됐습니다.

그다음부터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레코드를 찍는’ 장면이 시작됩니다.

작은 비닐 덩어리가 LP 한 장으로 변합니다

바이닐 레코드의 주재료는 PVC(Polyvinyl Chloride)입니다.

제조 과정에서는 원료를 가열해 부드러운 덩어리로 만들고 이를 흔히 ‘퍽(puck)’ 또는 ‘비스킷(biscuit)’이라고 부르는 형태로 준비합니다. 이름만 들으면 갑자기 제과점 같지만 먹는 물건은 아닙니다.

이 뜨거운 재료의 위아래에 레코드 라벨을 놓고, A면과 B면의 스탬퍼가 장착된 프레스로 강하게 압착합니다.

열과 압력을 받은 PVC가 바깥쪽으로 퍼지면서 스탬퍼의 미세한 형태를 복제합니다. 이때 음악이 기록된 홈도 함께 만들어집니다.

가운데 종이 라벨 역시 완성된 레코드에 나중에 접착제로 붙이는 방식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일반적인 프레싱에서는 압착 과정에서 함께 들어갑니다.

프레스에서 막 나온 레코드는 우리가 음반 가게에서 보는 모습과도 조금 다릅니다.

재료가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가장자리에 여분의 비닐이 남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잘라내는 트리밍 과정을 거쳐야 익숙한 둥근 레코드 모양이 됩니다.

프레싱과 냉각, 트리밍까지 지나고 나면 드디어 LP 한 장의 형태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닙니다.

찍었다고 바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본격적인 생산 전에 테스트 프레싱(test pressing)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테스트 프레싱은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만들어진 소량의 레코드로, 커팅이나 프레싱 결과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원하지 않는 잡음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재생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의도한 음원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없다면 본격적인 생산으로 넘어갑니다.

생산된 레코드 역시 제조사의 품질 관리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모든 레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한 장씩 감상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구체적인 검사 방식과 기준은 제조사와 생산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레코드가 물리적인 매체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에서 같은 디지털 파일을 재생하는 것과 달리 LP는 실제 물질을 성형해 만드는 제품입니다. 프레싱 상태나 표면의 오염, 변형 등 물리적인 문제가 재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 LP라고 해서 언제나 완벽하게 조용한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이미 작성한 「LP에서 크랙클과 잡음이 나는 이유」와도 연결해서 볼 수 있습니다. 먼지와 정전기뿐 아니라 레코드 자체의 상태와 제조 품질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컬러 바이닐도 만드는 원리는 비슷합니다

검은색 LP가 익숙하다 보니 PVC 자체가 원래 검은색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레코드의 색은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재료와 첨가되는 색소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흰색이나 빨간색처럼 한 가지 색으로 만든 레코드부터 여러 색이 섞인 스플래터, 마블 패턴 등 다양한 형태의 컬러 바이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일반적인 레코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준비한 재료를 프레스에 넣고 스탬퍼로 압착해 홈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여러 색과 패턴을 구현하려면 재료를 배치하고 성형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컬러 바이닐 글을 읽었다면 이제 그 무늬가 단순히 완성된 LP 표면에 그림처럼 인쇄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레코드 자체를 이루는 재료를 이용해 색과 패턴을 만드는 방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LP를 다시 보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완성된 LP만 보면 만드는 과정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한 장이 나오기까지의 순서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꽤 많은 단계가 숨어 있습니다.

음원이 준비되고, 커팅을 통해 음악이 홈으로 옮겨집니다.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금속 스탬퍼를 만들고, 가열한 PVC를 프레스에서 압착합니다. 가장자리를 다듬고 필요한 검수와 포장을 거친 뒤에야 우리가 음반 가게에서 만나는 LP가 됩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디지털 음악과 달리 마지막까지 물리적인 과정이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음악 신호가 실제 홈의 모양으로 바뀌고, 그 미세한 형태를 금속 스탬퍼가 복제하고, 다시 PVC 표면에 찍어냅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스타일러스가 그 홈을 따라 움직이며 다시 음악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레코드를 재생할 때 바늘 바로 아래를 한번 바라보세요.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홈을 따라 스타일러스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홈이 만들어지기까지 생각보다 꽤 먼 길을 왔습니다.

FAQ

LP는 한 장씩 따로 홈을 새겨서 만드는 건가요?

일반적인 대량 생산 LP는 한 장마다 음악을 새로 커팅하지 않습니다. 먼저 음악을 커팅한 원본을 바탕으로 프레싱에 사용할 금속 스탬퍼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여러 장의 레코드를 생산합니다. 이 방식 덕분에 같은 음반을 반복해서 제작할 수 있습니다.

LP 가운데의 종이 라벨은 나중에 붙이나요?

일반적인 프레싱 과정에서는 라벨을 프레스 안에 함께 넣어 레코드를 성형합니다. 열과 압력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라벨이 레코드와 결합됩니다. 제조 방식에 따라 세부 공정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테스트 프레싱은 일반 LP와 다른 음반인가요?

목적이 다릅니다. 테스트 프레싱은 본격적인 생산에 앞서 커팅과 프레싱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소량 제작하는 레코드입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생산 전에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일부 테스트 프레싱은 희소성 때문에 수집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원래 목적은 품질과 제작 결과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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