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디 음악 들어.”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음악이 떠오를까요?
조금 담백한 목소리, 기타가 중심이 된 밴드, 대형 기획사 음악과는 어딘가 다른 분위기.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는 꽤 자연스럽게 ‘인디 같은 음악’을 상상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힙합도 인디로 만들 수 있고 전자음악도 가능합니다. 시끄러운 록 밴드도 인디이고 혼자 방에서 만든 조용한 포크 음악도 인디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디는 정말 음악 장르일까요?
이 질문이 헷갈리는 이유는 Indie라는 단어가 처음부터 특정한 소리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래 의미부터 보면 훨씬 간단해집니다.
Indie는 무슨 뜻일까?
Indie는 Independent에서 나온 말입니다.
음악에서 이 표현은 원래 거대한 메이저 음반 회사와는 다른 독립적인 제작·유통 환경과 연결되어 사용됐습니다.
즉 처음부터
“기타는 이렇게 연주해야 한다.”
“보컬은 이런 목소리여야 한다.”
같은 음악적 규칙을 뜻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했던 것은 음악을 누가, 어떤 구조에서 만들고 발매하느냐였습니다.
음반 산업에서는 오랫동안 대형 레이블이 녹음부터 제작, 홍보와 유통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 독립 레이블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운영되며 특정 지역이나 음악적 취향을 중심으로 음반을 발매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대규모 시장을 반드시 목표로 하지 않는 음악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디라는 말에는 자연스럽게 주류 음악 산업 바깥의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붙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일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인디는 장르가 아닌데 왜 ‘인디 사운드’가 있을까?
만약 인디가 제작과 유통 방식만을 뜻한다면 우리는 왜 어떤 음악을 듣고
“되게 인디 같다.”
라고 말할까요?
역사 속에서 특정한 독립 레이블과 음악가들이 비슷한 음악적 장면을 형성하면서 Indie라는 말에 소리의 이미지까지 붙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1980년대 영국과 미국의 독립 음악 장면은 중요합니다.
펑크(Punk) 이후 등장한 DIY 문화는 음악가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반드시 거대한 회사와 계약해야만 음악을 만들고 발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레이블을 만들고 직접 공연하고 음반을 제작하며 독립적인 음악 장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스트펑크, 얼터너티브 록, 기타 팝 등 다양한 음악이 독립 레이블을 통해 등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indie라는 산업적 구분과 특정 음악 스타일이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유통 방식을 설명하던 말이 어느 순간 음악의 분위기까지 설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디 록과 얼터너티브 록은 무엇이 다를까?
여기서 또 하나 헷갈리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Alternative Rock, 얼터너티브 록입니다.
얼터너티브라는 말 역시 원래는 주류 록과 다른 ‘대안적인’ 음악이라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980년대 미국의 대학 라디오와 독립 음악 장면에서는 R.E.M., Sonic Youth 같은 여러 밴드가 기존 메인스트림 록과 다른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alternative, college rock, indie rock 같은 표현의 영역이 상당히 겹쳤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상황이 재미있게 변합니다.
Nirvana를 비롯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들이 거대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주류가 아닌 음악’을 의미하던 얼터너티브가 주류 시장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대안이 성공해서 메인스트림이 된 셈입니다.
이후 indie rock이라는 표현은 메이저 시장에 들어온 얼터너티브 록과 어느 정도 구별되는 음악적·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계속 사용됐습니다.
다만 두 장르 사이에 완벽한 경계선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한 밴드가 인디 록과 얼터너티브 록 양쪽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흔합니다.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면 더 이상 인디가 아닐까?
인디라는 말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어떤 밴드가 작은 독립 레이블에서 활동합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인디 밴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인기가 커져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음악이 갑자기 다른 장르가 되는 걸까요?
당연히 소리가 버튼 하나 누르듯 바뀌지는 않습니다.
산업적인 의미만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독립적인 제작·유통 구조에서 벗어났으므로 이전과 같은 의미의 independent artist라고 말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인디 록이라는 음악적 스타일로 분류되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메이저 레이블에서 음반을 냈다고 해서 그 음악의 기타 톤과 작곡 방식, 미학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오늘날 indie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의미가 겹쳐 있습니다.
하나는 독립적인 음악 산업 구조를 뜻하는 인디.
다른 하나는 오랜 인디 음악 문화에서 형성된 스타일과 미학을 뜻하는 인디.
문맥을 보지 않고 “인디냐 아니냐”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인디 음악은 왜 기타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강할까?
인디 음악이라고 하면 아직도 기타 밴드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는 인디 록과 인디 팝의 역사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1980년대 영국의 독립 음악 장면에서는 작은 레이블을 중심으로 기타 팝과 록이 활발하게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1986년 영국 음악 잡지 NME가 독립 레이블의 밴드들을 모아 내놓은 카세트 컴필레이션 C86은 이후 영국 인디 팝과 기타 음악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됩니다.
The Pastels, Primal Scream, The Wedding Present 같은 밴드들이 참여했습니다.
찰랑거리는 기타와 비교적 소박한 제작, 팝적인 멜로디를 가진 음악이 indie라는 이름과 강하게 연결되는 데 이런 장면들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디의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힙합도 있고 테크노도 있으며 포크, 재즈, 실험음악도 있습니다.
기타가 없다고 인디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인디팝’이라는 장르는 또 무엇일까?
Indie Pop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Indie가 단순히 독립 제작이라는 의미를 넘어 하나의 음악적 계보를 설명하는 장르 이름에 가까워집니다.
인디 팝에서는 비교적 간결한 곡 구성과 멜로디, 기타 중심의 편곡, DIY적인 제작 미학 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인디 팝의 범위 역시 넓어졌습니다.
신시사이저와 전자적인 비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인디 팝도 있고, 침실에서 노트북으로 제작한 음악도 있습니다.
여기서 Bedroom Pop이라는 표현까지 이어집니다.
저렴하고 접근하기 쉬운 녹음 장비와 컴퓨터 기반 제작 환경이 보급되면서 거대한 스튜디오가 없어도 집에서 음악을 만들어 세상에 공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찌 보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디가 처음 품고 있던 ‘스스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는 생각을 훨씬 많은 사람이 실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스트리밍 시대의 인디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과거에는 음악을 음반으로 제작하고 전국이나 해외에 유통하는 것 자체가 큰 일이었습니다.
레코드나 CD를 만들어 매장까지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유통망을 가진 음반 회사의 힘이 컸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개인 음악가도 디지털 유통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의 음악을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할 수 있습니다.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직접 음악을 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메이저와 인디의 차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제작비와 마케팅, 플레이리스트 프로모션, 네트워크 등 음악 산업의 규모 차이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만 음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입구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independent artist, indie label, indie rock, indie pop 같은 표현을 구별해서 보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모두 Indie라는 단어를 쓰지만 정확히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인디 음악’은 조금 다를까?
한국에서도 인디라는 말은 단순한 음악 장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홍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라이브 클럽과 독립 음악 문화는 한국 인디 음악의 역사에서 중요한 장면으로 이야기됩니다.
록 밴드뿐 아니라 펑크, 포크, 전자음악 등 다양한 음악가들이 독립적인 공연과 음반 제작을 통해 활동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디 음악이라는 표현의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인디라고 하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를 의미하기도 하고, 대형 기획사의 대중음악과는 다른 특정한 감성이나 사운드를 가리키는 말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인디는 활동 방식일까, 장르일까?
답은 둘 중 하나만 고르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어떤 맥락에서 그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인디를 들을 때 무엇을 들어보면 좋을까?
이번에는 장르의 ‘정답’을 찾기보다 Indie라는 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들을 수 있는 곡들을 골라보겠습니다.
The Smiths — This Charming Man
1980년대 영국 기타 음악과 인디 문화가 가진 미학을 이해하기 좋은 출발점입니다. Johnny Marr의 기타를 집중해서 들어보면 왜 이후 인디 기타 음악에 이런 소리가 계속 등장하는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The Pastels — Nothing to Be Done
화려하게 다듬어진 메인스트림 록과는 다른 인디 팝의 질감과 DIY적인 분위기를 들어보기 좋습니다.
Sonic Youth — Teenage Riot
인디 록이 꼭 작고 귀여운 기타 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타의 질감과 소음 자체를 음악의 중요한 재료로 사용하는 방식에 귀를 기울여볼 만합니다.
Pavement — Cut Your Hair
1990년대 미국 인디 록을 이야기할 때 빠지기 어려운 밴드입니다. 매끈하게 정리하기보다 조금 느슨하고 비틀린 듯한 연주와 태도가 인디 록의 한 방향을 보여줍니다.
The Strokes — Last Nite
2000년대에 들어 기타 중심의 록 음악이 다시 새로운 세대에게 등장하는 과정을 살펴보기 좋은 곡입니다.
다섯 곡을 차례로 들어보면 ‘인디 사운드’를 하나로 정의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겁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인디는 애초에 하나의 소리에서 출발한 말이 아니니까요.
마무리
인디는 조금 이상한 음악 용어입니다.
처음에는 Independent, 즉 독립적인 제작과 유통 환경을 설명하는 말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독립 레이블과 DIY 음악 문화가 오랜 시간 이어지면서 그 안에서 만들어진 특정한 음악적 스타일도 인디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두 의미가 동시에 살아 있습니다.
어떤 음악가에게 인디는 어떻게 음악을 만드는가에 관한 말이고, 어떤 음악에서는 어떤 소리를 만드는가에 관한 장르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걸 알고 나면 “인디 음악은 어떤 장르인가요?”라는 질문의 답도 조금 달라집니다.
인디는 하나의 장르이기도 하지만, 장르만을 뜻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모호함은 인디라는 단어의 약점이라기보다 그 역사가 남긴 흔적에 가깝습니다.
작은 레이블에서 나온 기타 밴드의 레코드에서 시작해 이제는 침실에서 노트북으로 만든 음악까지.
음악을 만드는 방법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꼭 큰 시스템 안에 있어야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은 꽤 오래 남았습니다.
어쩌면 그게 Indie라는 네 글자 안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부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FAQ
Q. 인디 음악은 정확히 하나의 장르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Indie는 원래 Independent에서 나온 말로 독립적인 제작·유통 환경을 의미했습니다. 이후 인디 록과 인디 팝처럼 특정한 음악 스타일을 나타내는 장르 이름으로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문맥에 따라 산업적인 의미와 음악적인 의미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면 인디 음악이 아닌가요?
산업적인 의미의 independent와는 거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인디 록이나 인디 팝이라는 음악적 스타일을 설명하는 경우라면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했다는 사실만으로 음악의 장르가 즉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Q. 인디 음악은 왜 비슷한 감성으로 들리는 곡이 많은가요?
인디 록과 인디 팝의 역사에서 기타 중심의 음악과 DIY 제작 미학이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특정한 사운드가 ‘인디스럽다’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독립 음악에는 록뿐 아니라 힙합, 전자음악, 포크, 재즈 등 매우 다양한 음악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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