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팝은 어떤 음악일까? 일본에서 시작된 City Pop의 의미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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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로, 네온사인,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 여름의 도시.

요즘 시티팝이라는 말을 검색하면 이런 이미지부터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음악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움직이는 베이스와 드럼, 깨끗한 기타, 반짝이는 신시사이저와 일렉트릭 피아노가 들리면 우리는 제법 자연스럽게 말합니다.

“이거 시티팝 같은데?”

그런데 막상 시티팝이 정확히 어떤 음악이냐고 물으면 설명하기가 조금 어려워집니다.

어떤 곡은 훵크에 가깝고, 어떤 곡은 소프트 록이나 AOR처럼 들립니다. 디스코의 리듬이 강한 곡도 있고 재즈의 화성이 느껴지는 음악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시티팝을 하나의 고정된 음악 형식으로만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티팝을 이해하려면 먼저 1970~80년대 일본의 도시와 그곳에서 만들어지던 대중음악으로 돌아가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티팝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

City Pop을 그대로 옮기면 ‘도시의 팝’ 정도가 됩니다.

오늘날에는 주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세련된 도시형 대중음악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블루스의 12마디 형식이나 디스코의 four-on-the-floor처럼 시티팝을 결정하는 하나의 음악적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여러 음악이 만납니다.

소울, 훵크, 디스코, 재즈, 소프트 록, AOR, 라틴과 브라질 음악의 흔적까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티팝을 찾아 듣다 보면 조금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시티팝이고 저것도 시티팝이라고?”

그럴 만합니다.

시티팝은 하나의 리듬이나 악기로 정확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장르라기보다 특정 시대 일본의 도시적인 대중음악을 여러 음악적 특징과 문화적 맥락을 통해 묶어 이해하는 범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City Pop이라는 범주와 당시 모든 음악가가 자신의 음악을 인식했던 방식이 완전히 같았다고 보는 것도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 과거의 일본 음악이 다시 발견되고 해외 청취자에게 새롭게 분류되는 과정에서 시티팝이라는 이름의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왜 1970~80년대 일본에서 이런 음악이 나왔을까?

음악은 그 시대의 생활과 떨어져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전후 빠르게 성장한 일본에서는 도시 생활과 소비문화가 확대됐고 자동차, 오디오 기기, 카세트테이프 같은 물건들이 사람들이 음악을 접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FM 라디오와 음반을 통해 해외 음악을 접할 기회도 늘어났습니다.

일본의 뮤지션과 작곡가, 편곡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들어오는 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소울의 그루브.

훵크의 베이스와 리듬 기타.

디스코의 춤추기 좋은 비트.

재즈에서 온 화성.

웨스트 코스트 록과 AOR의 매끄러운 사운드.

이런 요소들이 일본 대중음악 안에서 서로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해외 음악을 그대로 복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의 작곡가와 편곡가, 스튜디오 뮤지션들은 그 영향을 당시 일본 대중음악의 멜로디와 제작 환경 안에서 다시 조합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들었을 때도 묘하게 익숙하면서 또 다른 음악이 만들어졌습니다.

시티팝에서는 어떤 소리를 들어보면 좋을까?

시티팝에는 절대적인 공식이 없지만 여러 곡을 듣다 보면 반복해서 귀에 들어오는 요소가 있습니다.

먼저 베이스와 드럼입니다.

베이스가 단순히 코드의 밑부분을 받쳐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곡이 많습니다. 드럼과 맞물리면서 곡 전체에 그루브를 만듭니다.

여기서는 소울과 훵크, 디스코의 영향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기타도 재미있습니다.

강하게 왜곡된 록 기타가 앞에 나서기보다 깨끗한 톤으로 짧게 리듬을 잘라주는 기타를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위로 일렉트릭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브라스와 스트링 등이 올라갑니다.

다만 시기에 따라 소리는 꽤 달라집니다.

1970년대의 음악과 1980년대 중후반의 음악을 비교해보면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 등 전자 악기와 제작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시티팝을 들을 때는 단순히

“신시사이저가 나오면 시티팝”

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베이스, 드럼, 기타와 건반이 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들어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시티팝에는 왜 도시와 여름의 이미지가 많을까?

시티팝은 소리뿐 아니라 시각적인 이미지와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도시의 야경과 자동차, 수영장, 바다, 리조트 같은 이미지를 앨범 아트에서 만날 수 있고, 음악에서도 도시 생활과 연애, 드라이브, 밤과 여름 같은 소재가 등장합니다.

이것은 당시 도시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소비문화의 이미지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문화도 그중 하나입니다.

음악을 집에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듣게 되면서 드라이브와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감각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시티팝이 여름밤의 드라이브를 노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 시티팝이 다시 유행하면서 네온사인·야자수·도쿄의 밤·여름 같은 이미지가 더욱 강조된 측면도 있습니다.

네온사인 하나 있다고 전부 시티팝은 아닙니다.

그랬다면 1980년대 간판 가게가 가장 훌륭한 시티팝 뮤지션이었을 겁니다.

몇 곡만 들어도 시티팝의 범위가 보인다

글로 설명한 특징을 실제 음악에서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먼저 야마시타 타츠로의 〈SPARKLE〉입니다.

곡이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기타부터 귀를 기울여볼 만합니다. 깨끗하면서 리드미컬한 기타와 단단한 리듬 섹션을 들어보면 시티팝에서 말하는 세련된 사운드가 단순히 신시사이저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누키 타에코의 〈4:00A.M.〉 은 조금 다른 온도를 보여줍니다.

화려하게 앞으로 달려가기보다 새벽의 도시처럼 어딘가 비어 있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시티팝이 무조건 밝고 신나는 여름 음악만은 아니라는 것도 잘 보여주는 곡입니다.

그리고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

오늘날 해외에서 시티팝이 다시 알려진 과정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곡입니다. 매끄러운 리듬과 베이스를 따라가다 보면 수십 년 전의 음악이 왜 새로운 세대의 귀에도 자연스럽게 들어왔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츠바라 미키의 〈真夜中のドア〜Stay With Me〉 역시 좋은 입구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조금 아쉽습니다.

시티팝에는 이 네 곡보다 훨씬 넓은 풍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 글을 읽고, 음악으로 들어보기

이번에는 시티팝의 소리를 조금 더 넓게 들어보기 위해 스무 곡을 골랐습니다.

1970년대 일본 팝의 흔적에서 출발해 소울과 훵크, AOR의 감각을 지나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1980년대의 시티팝까지 이어집니다.

https://open.spotify.com/playlist/5tcuqFfqfC7qjF3r2IBiCb?si=f1bc086024014b22&pt=5ab6796a8cbe9615d0bb6d241f714a8d

플레이리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몇 곡을 넘나들면서 베이스부터 들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다음 기타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건반과 신시사이저가 뒤에서 어떤 공간을 만드는지 들어봅니다.

SPARKLE과 Plastic Love, 4:00A.M., Dress Down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모두 시티팝이라는 이름 아래 소개되지만 실제 소리는 꽤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차이가 시티팝을 듣는 재미입니다.

그런데 왜 오래된 일본 음악이 다시 유명해졌을까?

시티팝의 역사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여기서 한 번 더 시작됩니다.

1970~80년대의 일본 음악이 수십 년 뒤 일본 밖의 새로운 청취자에게 다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YouTube와 온라인 음악 커뮤니티는 과거 일본 음반을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 청취자들이 음악을 발견하는 새로운 통로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Plastic Love〉 같은 곡이 새로운 세대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인터넷의 추천 알고리즘과 팬들의 업로드, 이미지 공유 문화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과거 음악에 접근하는 방법을 더욱 바꾸었습니다.

한 곡을 발견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비슷한 음악을 찾아 이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Plastic Love를 듣다가 야마시타 타츠로를 찾고, 오누키 타에코를 찾고, 안리와 다른 일본 뮤지션으로 넘어갑니다.

과거에는 음반을 직접 찾아야 가능했던 음악 탐색이 이제는 화면 몇 번으로 이어집니다.

한 곡이 한 시대 전체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 것입니다.

시티팝과 베이퍼웨이브는 같은 음악일까?

시티팝을 인터넷에서 발견했다면 Vaporwave라는 이름도 함께 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은 관련된 지점이 있지만 같은 장르는 아닙니다.

베이퍼웨이브는 2010년대 초 인터넷 문화 속에서 성장한 전자음악의 흐름으로, 과거의 팝과 재즈, 무드 음악 등 다양한 음원을 샘플링하고 느리게 변형하는 방식 등을 활용했습니다.

1980~90년대 소비문화와 오래된 컴퓨터 그래픽 같은 이미지도 중요한 미학이 됐습니다.

일본 음악과 일본의 도시 이미지 역시 이런 인터넷 문화 속에서 함께 소비됐습니다.

그러면서 베이퍼웨이브와 복고적인 인터넷 미학에 익숙해진 청취자들이 그 주변의 오래된 일본 음악까지 발견하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시대부터 다릅니다.

시티팝 = 베이퍼웨이브

라고 생각하면 두 음악의 역사를 모두 놓치게 됩니다.

둘이 인터넷에서 같은 방에 자주 앉아 있었을 뿐, 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지금 만들어지는 음악도 시티팝일까?

원래 특정 시대와 장소에서 형성된 음악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 새로운 세대의 음악가들이 그 소리를 참고하기 시작합니다.

오늘날에도 1970~80년대 일본 음악에서 연상되는 베이스, 신시사이저, 기타 톤과 편곡을 활용한 음악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음악을 시티팝 스타일, 시티팝 리바이벌, 혹은 넓은 의미에서 그냥 시티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시티팝이라는 말에는 서로 다른 두 시간대가 겹쳐 있습니다.

하나는 1970~80년대 일본의 대중음악을 역사적으로 바라보는 의미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시대의 음악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이어가거나 재해석한 음악을 가리키는 의미입니다.

어떤 음악은 경계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시티팝인가 아닌가”를 놓고 사람마다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르는 음악을 정리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지만 음악은 그 이름표보다 자주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마무리

시티팝은 한 가지 리듬이나 악기로 정의하기 어려운 음악입니다.

1970~80년대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소울, 훵크, 디스코, 재즈, 소프트 록과 AOR 등 여러 음악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도시적인 대중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안에는 당시의 도시 생활과 소비문화, 자동차와 오디오, 그리고 변화하던 스튜디오 기술의 흔적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몇십 년 뒤 인터넷은 이 음악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청취자를 데려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고,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의미로 존재하지 않았던 City Pop 플레이리스트 안에서 다시 발견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음악을 만들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청취자가 오래된 음악을 다시 읽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티팝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때 꼭 ‘시티팝다운 소리’를 찾으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곡마다 무엇이 다른지 들어보세요.

어떤 곡에서는 훵크가 들리고, 어떤 곡에서는 디스코가 들립니다. 재즈가 가까워지는 순간도 있고 소프트 록처럼 들리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렇게 듣다 보면 시티팝이라는 이름보다 먼저 그 안에 들어 있던 음악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시티팝은 조금 더 재미있어집니다.


FAQ

Q. 시티팝은 일본 음악만을 뜻하나요?
역사적인 의미에서는 주로 1970~80년대 일본의 도시형 대중음악을 설명할 때 사용합니다. 시티팝이 세계적으로 다시 주목받은 이후에는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음악에도 ‘시티팝 스타일’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어 현대적인 용법은 더 넓어졌습니다.

Q. 시티팝과 신스팝은 같은 장르인가요?
같은 장르는 아닙니다. 일부 시티팝에서 신시사이저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티팝에는 훵크, 소울, 디스코, 재즈, AOR 등 다양한 음악적 영향이 섞여 있습니다. 신시사이저가 사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시티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Q. 시티팝 입문곡으로 무엇부터 들으면 좋을까요?
한 곡만 고르기보다 서로 다른 곡을 비교하는 편이 시티팝을 이해하기 좋습니다. 야마시타 타츠로의 〈SPARKLE〉, 마츠바라 미키의 〈真夜中のドア〜Stay With Me〉, 타케우치 마리야의 〈Plastic Love〉, 오누키 타에코의 〈4:00A.M.〉처럼 성격이 다른 곡부터 들어보면 시티팝의 범위를 느끼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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