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를 몇 장 모으기 시작하면 음악보다 먼저 늘어나는 것이 있습니다.
먼지입니다.
분명 깨끗하게 넣어뒀는데 다시 꺼내보면 표면에 작은 먼지가 붙어 있고, 이너 슬리브에서 레코드를 꺼낼 때는 정전기 때문에 판이 달라붙기도 합니다.
그러다 재생하면 조용한 부분에서 틱, 팝, 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행동은 아마 이것일 겁니다.
뭔가로 닦는다.
문제는 레코드가 식탁이나 유리창처럼 아무것으로나 닦아도 되는 물건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LP에는 눈으로 보기 힘든 미세한 홈이 이어져 있고, 스타일러스가 그 홈을 직접 따라가며 음악을 읽습니다.
따라서 레코드 관리의 목적은 단순히 표면을 반짝이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스타일러스가 지나가는 홈을 가능한 깨끗하게 유지하고, 레코드가 휘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
이 두 가지를 기억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레코드를 재생하기 전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레코드 관리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오염이 심해진 뒤 대청소를 하는 것보다 먼지가 쌓이는 것을 줄이는 것입니다.
레코드를 꺼냈다면 먼저 표면을 살펴봅니다.
가벼운 먼지가 보인다면 레코드용 브러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흔히 사용하는 것이 카본 파이버 브러시(carbon fiber brush)입니다.
레코드를 턴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회전시키면서 브러시를 가볍게 접촉시켜 표면의 느슨한 먼지를 모아 제거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힘입니다.
레코드 홈을 깨끗하게 만들겠다고 브러시를 강하게 눌러 문지를 필요는 없습니다.
브러시는 바닥 청소용 솔이 아닙니다.
제품마다 권장 사용법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용하는 브러시의 설명을 따르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브러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오염도 있습니다.
홈 안쪽에 붙어 있는 오염물이나 오래된 얼룩은 단순한 건식 브러싱만으로 충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습식 세척입니다.
물로 씻으면 깨끗해질까?
LP 세척 방법을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방법이 나옵니다.
전용 세척액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수동 세척기, 진공식 레코드 클리닝 머신, 초음파 세척기까지 있습니다.
레코드를 몇 장 가지고 있을 때와 수백 장을 관리할 때 필요한 장비가 같을 이유는 없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홈에 붙은 오염물을 적절한 세척액으로 분리한 뒤, 그 오염물과 세척액을 레코드에서 제대로 제거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마지막 부분이 중요합니다.
오염물을 풀어놓고 그대로 말려버리면 홈에 잔여물이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습식 세척에서는 어떤 액체를 사용하는지만큼 어떻게 오염된 액체를 제거하고 충분히 건조하는가도 중요합니다.
레코드 전용 세척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선택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품에 따라 사용 방법과 성분이 다르므로 제조사의 지침에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레코드의 종이 라벨을 불필요하게 적시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라벨은 레코드처럼 PVC로 만들어진 부분이 아닙니다. 물이나 세척액에 노출되면 얼룩이나 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수돗물이나 집에 있는 세제로 닦아도 될까?
여기서 많이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전용 제품까지 꼭 필요할까?
주방에 세제도 있고 물도 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 세정제나 사용하는 방식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가정용 세제에는 레코드 세척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여러 성분이 포함될 수 있고, 제대로 헹구지 않으면 홈에 잔여물이 남을 수 있습니다.
수돗물 역시 지역에 따라 용존 미네랄 등의 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물이 마른 뒤 흔적이나 잔여물이 남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레코드 습식 세척에서는 증류수나 고순도 물을 기반으로 한 적절한 세척 방식이 자주 사용됩니다.
알코올 역시 무조건 많이 넣으면 잘 닦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PVC 바이닐 레코드용 세척액에는 적절한 비율의 알코올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재료와 세척 대상에 따라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오래된 셸락 레코드는 현대 PVC LP와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알코올 기반 세척제를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집에 있는 것 중 닦일 것 같은 액체”
가 아니라
“이 레코드의 재질에 적합한 세척 방법인가”
입니다.
휴지나 옷으로 슥 닦으면 안 될까?
레코드 위에 먼지 하나가 보이면 손가락으로 떼거나 입고 있던 티셔츠로 슥 닦고 싶어집니다.
가능하면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거친 재질이나 오염된 천은 레코드 표면에 불필요한 마찰을 만들 수 있고, 먼지를 제거하는 대신 다른 오염물을 묻힐 수도 있습니다.
특히 레코드 표면을 손으로 직접 만지는 습관도 좋지 않습니다.
손에는 자연스럽게 피지와 땀이 있습니다.
그래서 레코드를 잡을 때는 가장자리와 가운데 라벨 부분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조심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몇 장만 만져보면 자연스러워집니다.
레코드를 멋있게 들고 사진을 찍다가 손바닥 전체를 홈에 올려놓는 것만 피하면 일단 절반은 성공입니다.
새 LP도 청소가 필요할까?
새 레코드는 공장에서 나와 포장된 제품이니 바로 재생해도 완벽하게 깨끗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상태가 좋은 새 음반이라면 가벼운 먼지 확인만 하고 바로 재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 제품이라는 사실이 홈이 완벽하게 깨끗하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제조와 포장 과정에서 미세한 먼지나 잔여물이 남을 수 있고, 종이 이너 슬리브에서 나온 작은 섬유가 표면에 붙기도 합니다.
정전기가 강하게 생긴 레코드도 있습니다.
따라서 새 레코드를 무조건 세척해야 한다거나, 반대로 새 레코드는 절대 세척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보다는 상태를 보고 판단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표면에 가벼운 먼지만 있다면 브러시로 충분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오염이나 반복적인 표면 잡음이 있다면 보다 제대로 된 세척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깨끗하게 닦은 LP를 왜 낡은 슬리브에 다시 넣을까?
레코드를 깨끗하게 세척해놓고 먼지가 많은 이너 슬리브에 그대로 넣으면 조금 아쉽습니다.
이너 슬리브(inner sleeve)는 레코드와 직접 접촉하는 안쪽 봉투입니다.
종이로 만들어진 기본 이너 슬리브도 흔하지만, 레코드를 자주 꺼내고 넣는다면 종이 가루나 마찰, 정전기 등을 줄이기 위해 레코드 보관용 안티스태틱 또는 폴리에틸렌 계열 라이너가 적용된 슬리브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여기서 이너 슬리브와 아우터 슬리브(outer sleeve)는 역할이 다릅니다.
이너 슬리브는 레코드 자체를 보호합니다.
아우터 슬리브는 앨범 재킷 바깥에 씌워 커버의 마찰, 먼지와 오염 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레코드를 모으다 보면 판만큼 재킷 상태도 중요해집니다.
특히 오래된 음반의 커버는 한번 찢어지거나 표면이 벗겨지면 레코드처럼 세척해서 원래대로 만들 수 없습니다.
음악을 보관하다가 어느 순간 종이까지 관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레코드 수집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LP는 왜 눕혀놓지 말고 세워서 보관하라고 할까?
레코드 보관에서 가장 자주 듣는 원칙 중 하나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세워서 보관한다.
레코드를 여러 장 수평으로 높게 쌓아두면 아래쪽 음반과 재킷에는 지속적으로 무게가 가해집니다.
장기간 보관에서는 이런 압력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서 책처럼 세워 보관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권장됩니다.
다만 세워놓기만 하면 끝은 아닙니다.
레코드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채 오랫동안 기대어 있는 것보다는 가능한 수직에 가깝게 지지되는 상태가 좋습니다.
너무 빽빽하게 꽂아 레코드를 꺼낼 때마다 재킷을 억지로 잡아당겨야 하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고요.
반대로 공간이 너무 넓어 음반들이 옆으로 쓰러져 있는 것도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적당히 지지하면서 한 장씩 무리 없이 꺼낼 수 있는 정도가 편합니다.
레코드의 가장 큰 적 가운데 하나는 열이다
먼지는 닦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코드가 심하게 휘어버리면 이야기가 어려워집니다.
바이닐 레코드는 열에 의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에 고온과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햇볕이 강하게 들어오는 창가나 온도가 크게 올라갈 수 있는 공간에 장시간 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여름철 자동차 내부처럼 매우 뜨거워질 수 있는 장소는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레코드가 휘는 현상을 흔히 워프(warp)라고 부릅니다.
약간의 휨은 턴테이블에서 재생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심한 변형은 스타일러스가 안정적으로 홈을 따라가는 데 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휘어진 레코드를 직접 열로 펴는 여러 방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도를 잘못 조절하면 홈 자체를 손상시키거나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무리한 자가 열처리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휘지 않도록 보관하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레코드만 닦고 스타일러스를 잊으면 안 된다
앞의 잡음 글에서도 살펴봤지만 레코드와 직접 만나는 것은 스타일러스(stylus)입니다.
깨끗한 레코드를 계속 재생하더라도 스타일러스에는 미세한 먼지가 붙을 수 있습니다.
바늘 끝에 먼지가 뭉치면 홈을 제대로 추적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코드 관리에는 스타일러스 상태 확인도 포함됩니다.
다만 스타일러스는 매우 작고 카트리지의 섬세한 부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직접 만지거나 아무 방향으로 강하게 문지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스타일러스 전용 브러시나 제조사가 권장하는 클리닝 방법을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브러싱 방향은 사용하는 카트리지와 제조사 지침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레코드 홈을 깨끗하게 만들어놓고 바늘 끝에 먼지 덩어리를 달고 재생하면 조금 허무합니다.
판과 바늘은 같이 관리해야 합니다.
레코드를 들은 뒤에는 무엇을 하면 될까?
매번 거창한 청소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평소 습관이 중요합니다.
레코드를 들었다면 홈 부분을 손으로 만지지 않고 가장자리를 잡습니다.
눈에 띄는 먼지가 있다면 적절한 브러시로 관리합니다.
재생이 끝난 뒤에는 레코드를 슬리브에 넣고 재킷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열과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장소에 세워 보관합니다.
이 정도만 습관이 되어도 관리가 훨씬 쉬워집니다.
레코드를 들을 때마다 대대적인 세척식을 치를 필요는 없습니다.
음악 한 장 들으려고 실험실을 운영할 필요까지는 없으니까요.
다만 먼지가 쌓이고 지문이 묻고 열에 노출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한 뒤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조금씩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마무리
LP 관리는 생각보다 단순한 원칙에서 시작합니다.
홈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불필요한 마찰과 오염을 줄이고, 열과 압력으로부터 레코드를 보호하는 것.
가벼운 먼지는 적절한 레코드용 브러시로 관리할 수 있고, 홈 안쪽의 오염에는 필요에 따라 습식 세척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무 세제나 액체를 사용하는 것보다 레코드의 재질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깨끗하게 만든 레코드는 적절한 이너 슬리브에 넣고, 가능한 수직에 가깝게 세워 보관합니다.
직사광선과 높은 온도도 피합니다.
그리고 레코드만큼 스타일러스도 살펴봅니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챙길 것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습관의 반복입니다.
가장자리를 잡고, 먼지를 확인하고, 듣고 나면 다시 넣고, 서늘한 곳에 세워둔다.
레코드는 꽤 오래 음악을 담아둘 수 있는 물건입니다.
그 시간을 결정하는 데에는 거창한 장비보다 우리가 음반 한 장을 꺼내고 다시 넣는 방식이 더 자주 관여합니다.
잘 관리된 레코드를 몇 년 뒤 다시 꺼내 같은 음악을 듣는 것.
어쩌면 레코드를 소유하는 재미는 그때까지 포함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FAQ
Q. LP를 재생할 때마다 브러시로 닦아야 하나요?
반드시 매번 일정한 횟수로 청소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재생 전 표면 상태를 확인하고 느슨한 먼지가 있다면 적절한 레코드용 브러시로 제거하는 정도의 습관은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오염 정도에 따라 필요한 관리 수준을 정하면 됩니다.
Q. 물티슈로 LP를 닦아도 되나요?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일반 물티슈는 레코드 세척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며 성분이나 잔여물이 홈에 남을 수 있습니다. 습식 세척이 필요하다면 PVC 레코드에 적합한 전용 세척 방식과 제품을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Q. LP를 비스듬히 세워 보관해도 괜찮을까요?
잠시 기대어 두는 것과 장기간 심하게 기울어진 상태로 보관하는 것은 다릅니다. 장기 보관이라면 레코드가 가능한 수직에 가깝게 지지되도록 하고, 여러 장을 높게 눕혀 쌓거나 고온·직사광선에 노출하는 환경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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