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는 어떻게 소리를 저장하고 재생할까? 레코드판에서 음악이 나오는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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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검은 원판 위에 아주 가느다란 홈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을 뿐인데,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내려놓으면 갑자기 사람이 노래하고 드럼이 울리고 기타와 피아노까지 들립니다.

더 신기한 것은 그 소리가 레코드판 안에 디지털 파일처럼 들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저 가느다란 홈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레코드에는 음악이 홈(groove)의 물리적인 변화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늘은 그 홈을 따라 움직이며 미세하게 진동하고, 그 움직임이 전기 신호로 바뀐 뒤 스피커를 통해 다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됩니다.

글로만 보면 조금 복잡해 보이지만 과정을 하나씩 따라가면 의외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음악이 홈에 들어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먼저 우리가 듣는 소리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타 줄이 떨리고, 드럼의 막이 움직이고, 사람이 성대를 진동시키면 주변 공기에 압력 변화가 생깁니다. 이 변화가 귀에 도달하면 우리는 그것을 소리로 인식합니다.

녹음에서는 이런 소리를 마이크가 받아 전기 신호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레코드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최종적으로 준비된 오디오 신호를 이용해 커팅 선반(cutting lathe)이라는 장비로 마스터 디스크에 나선형 홈을 새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레코드의 홈은 그냥 음악의 시작 위치와 끝 위치를 알려주는 선이 아닙니다.

홈 자체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에 소리에 해당하는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레코드 표면을 자세히 확대해서 보면 홈이 완벽하게 똑바른 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 신호에 따라 미세한 변화가 만들어집니다.

쉽게 말하면,

소리 → 전기 신호 → 홈의 물리적인 형태

로 기록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들을 때는 이 과정을 반대로 따라갑니다.

홈의 형태 → 바늘의 움직임 → 전기 신호 → 소리

생각보다 꽤 기계적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음악이라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죠.

바늘은 레코드의 홈에서 무엇을 읽을까?

턴테이블에서 레코드와 직접 만나는 부분은 흔히 바늘이라고 부릅니다. 오디오에서는 보통 스타일러스(stylus)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레코드가 회전하면 스타일러스의 끝부분이 홈을 따라 이동합니다.

홈에는 음악 신호에 따른 미세한 변화가 있기 때문에 스타일러스 역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형태를 따라 매우 작게 움직이게 됩니다.

그러니까 바늘이 글자를 읽는다거나 레코드 안에 저장된 파일을 불러오는 것은 아닙니다.

홈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LP의 한 곡마다 동그란 홈이 따로 하나씩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일반적인 레코드의 한 면에는 기본적으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긴 나선형 홈이 있습니다.

재생을 시작하면 바늘이 바깥쪽에서 출발해 음악을 따라 조금씩 중심으로 이동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곡과 곡 사이에는 홈의 간격이나 눈에 보이는 구분이 있어 트랙 위치를 찾을 수 있지만, 음악이 각각 독립된 동그라미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닙니다.

레코드를 처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바늘의 작은 움직임이 어떻게 스피커까지 갈까?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바늘이 아무리 움직여도 그 진동은 매우 작습니다. 귀를 바늘 가까이에 댄다고 정상적인 스피커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것은 아니죠.

그래서 다음 단계가 필요합니다.

스타일러스의 움직임은 카트리지(cartridge)로 전달됩니다.

카트리지는 턴테이블의 톤암 끝에 달려 있는 작은 부품입니다. 스타일러스가 홈을 따라 움직이며 만들어낸 기계적인 진동을 전기적인 오디오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을 합니다.

카트리지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턴테이블을 알아보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이 MM(Moving Magnet)과 MC(Moving Coil)입니다.

지금은 이름까지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늘이 홈을 따라 움직인다 → 카트리지가 그 움직임을 전기 신호로 바꾼다

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카트리지에서 나온 신호는 상당히 작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라인 입력으로 바로 보내기 전에 보통 포노 프리앰프(phono preamp) 또는 포노 스테이지라는 장치를 거치게 됩니다.

포노 프리앰프는 작은 신호를 적절한 수준으로 증폭하는 역할뿐 아니라, 레코드 제작 과정에서 적용된 주파수 특성을 재생할 때 되돌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LP 재생에서는 RIAA 이퀄라이제이션이라는 표준화된 보정 방식이 사용됩니다.

이 과정까지 지나고 나면 신호는 앰프와 스피커를 통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재생됩니다.

정리하면 대략 이런 흐름입니다.

레코드의 홈 → 스타일러스 → 카트리지 → 포노 프리앰프 → 앰프 → 스피커

턴테이블에 바늘 하나 올렸을 뿐인데 뒤에서는 제법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테레오 음악은 하나의 홈에 어떻게 들어갈까?

여기까지 이해하면 조금 더 신기한 질문이 생깁니다.

스테레오 음악에는 왼쪽과 오른쪽 채널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늘은 하나입니다.

바늘 하나로 어떻게 왼쪽과 오른쪽 소리를 구별할까요?

모노 레코드와 현대적인 스테레오 레코드의 홈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스테레오 레코드에서는 일반적으로 홈의 양쪽 벽에 두 채널의 정보가 특정한 방식으로 기록됩니다. 흔히 설명할 때 홈의 두 벽이 약 45도 방향으로 배치되고, 각각의 움직임을 조합해 왼쪽과 오른쪽 채널의 신호를 얻는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타일러스는 이 복합적인 움직임을 따라가고, 스테레오 카트리지는 이를 두 채널의 전기 신호로 변환합니다.

눈으로 보면 홈 하나일 뿐인데 그 안에서 좌우 채널을 재생할 정보까지 읽어내는 셈입니다.

그래서 LP를 단순히 “홈에 소리가 파여 있다” 정도로 이해하는 것보다, 홈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오디오 신호를 물리적으로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정확합니다.

LP를 만지거나 먼지가 쌓이면 왜 문제가 될까?

이 원리를 알고 나면 레코드를 다루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음악 정보가 들어 있는 곳이 바로 홈이기 때문입니다.

홈에 먼지가 끼거나 이물질이 붙으면 스타일러스가 홈을 정확하게 따라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레코드 표면에 흠집이 생겨 홈이 손상되면 재생할 때 반복적인 클릭이나 잡음이 들릴 수도 있죠.

스타일러스 역시 레코드와 직접 접촉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상태가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LP를 한번 잘못 만졌다고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레코드는 음악을 듣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니까요.

다만 가능한 한 재생면보다는 가장자리와 라벨 부분을 잡고, 먼지가 지나치게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이유에는 이런 물리적인 원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LP를 듣다 보면 또 하나 익숙한 소리를 만나게 됩니다.

톡, 치직, 지지직.

어떤 사람은 이것을 바이닐의 분위기라고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어떻게든 없애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모든 레코드 잡음이 똑같은 이유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먼지 때문일 수도 있고, 정전기나 흠집, 레코드의 상태가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뒤의 ‘LP에서 지직거리는 소리는 왜 날까?’에서 따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레코드는 음악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스트리밍에서 음악 파일을 재생할 때 우리는 저장된 신호를 직접 볼 일이 거의 없습니다.

레코드는 조금 다릅니다.

음악이 기록된 홈이 실제로 눈앞에 있습니다.

물론 맨눈으로 홈을 보고 “여기가 기타 솔로구나” 하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레코드의 표면을 빛에 비춰보면 구간에 따라 홈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트랙 사이의 구분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늘을 올리면 그 물리적인 홈을 따라 실제로 음악이 재생됩니다.

디지털 음악과 비교했을 때 바이닐이 주는 독특한 경험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듣는 음악이 물리적인 흔적을 가진 물건으로 존재한다는 것.

LP가 오래된 기술인데도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마무리

LP에서 음악이 나오는 원리를 한 줄로 정리하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음악 신호를 레코드의 홈에 물리적인 변화로 기록하고, 스타일러스가 그 홈을 따라 움직이면서 다시 전기 신호로 바꾸는 것.

하지만 실제 재생 과정에는 여러 요소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홈을 따라 움직이는 스타일러스가 있고, 그 움직임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카트리지가 있으며, 작은 신호를 다루는 포노 프리앰프와 앰프, 마지막으로 그것을 다시 공기의 진동으로 만들어주는 스피커가 있습니다.

검은 원판 위의 가느다란 홈에서 시작한 움직임이 결국 우리 귀에 음악으로 도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레코드에 대해 알고 나면 다음 숫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33⅓ RPM, 45 RPM.

왜 어떤 레코드는 천천히 돌고 어떤 레코드는 더 빠르게 돌까요?

다음 글에서는 LP를 처음 접할 때 가장 자주 만나게 되는 두 숫자, 33⅓ RPM과 45 RPM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FAQ

Q. LP에는 실제 소리가 그대로 새겨져 있는 건가요?
소리 자체가 들어 있다기보다는 소리에 해당하는 오디오 신호가 홈의 물리적인 변화로 기록되어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재생할 때 스타일러스가 그 변화를 따라 움직이고, 카트리지가 이를 다시 전기 신호로 변환합니다.

Q. 레코드 한 면에는 곡마다 별도의 홈이 있나요?
일반적으로 한 면에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긴 나선형 홈이 있습니다. 곡 사이에는 트랙을 구별하기 쉬운 구간이 보일 수 있지만 각 곡이 완전히 독립된 원형 홈 하나씩에 저장되는 방식은 아닙니다.

Q. 턴테이블을 스피커에 바로 연결하면 소리가 나오나요?
장비 구성에 따라 다릅니다. 카트리지에서 나오는 신호는 일반적인 라인 신호보다 작고 레코드 재생에 필요한 보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포노 프리앰프가 필요합니다. 다만 일부 턴테이블이나 스피커에는 포노 프리앰프가 내장되어 있어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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