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과 베이스는 어떻게 구별할까? 음악의 저음을 나눠 듣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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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소리를 듣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아래에서 쿵 하고 울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을 전부 ‘베이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드럼 이야기를 읽다 보면 똑같이 낮고 묵직하게 들리는 소리를 킥(kick)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힙합이나 전자음악에서는 킥과 베이스가 동시에 강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둘을 귀로 나누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작은 스마트폰 스피커에서는 낮은 주파수가 충분히 재생되지 않아 차이가 더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소리를 나눠 듣기 시작하면 음악에서 이전에는 그냥 쿵쿵거리던 저음이 전혀 다르게 들립니다.

한쪽은 리듬의 순간을 찍고, 다른 한쪽은 그 사이를 움직입니다.

킥과 베이스를 구별하는 첫 번째 방법은 음색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듣는 것입니다.


먼저 ‘쿵’의 시작과 끝을 들어보자

킥 드럼은 원래 베이스 드럼에서 이어지는 낮은 타악기 소리입니다.

어쿠스틱 드럼 세트에서는 연주자가 페달을 밟으면 비터가 큰 드럼 헤드를 때립니다. 전자음악에서는 실제 드럼을 녹음한 샘플이나 드럼머신, 신디사이즈된 킥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킥을 들을 때 중요한 단서 중 하나는 타격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쿵!

소리가 시작되는 지점이 비교적 분명합니다.

이 시작 부분을 오디오에서는 흔히 트랜지언트(transient)라고 부릅니다. 소리가 갑자기 변화하는 짧은 순간으로, 킥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하지만 모든 킥이 똑같이 짧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킥은

툭

하고 짧게 끝나지만, 다른 킥은

부웅—

하고 낮은 부분이 조금 더 길게 남습니다.

전자적으로 만든 킥은 어택과 감쇠를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짧으면 무조건 킥”이라는 공식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처음 구별할 때는 타격점부터 찾는 것이 좋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발로 박자를 맞추게 만드는 쿵의 위치를 먼저 따라가 보세요.


베이스는 그 ‘쿵’ 사이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번에는 킥을 찾은 뒤 그 주변을 들어봅니다.

킥과 함께 낮은 음이 들리지만 이번에는 하나의 타격으로 끝나지 않고 음높이를 가지고 움직이는 소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둥—— 둥-둥——

이것이 베이스를 찾을 때 중요한 단서입니다.

베이스 기타나 신스 베이스는 낮은 음역을 담당하면서 베이스 라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 음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코드와 곡의 진행에 따라 다른 음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킥 → ‘언제 치는가’를 먼저 듣는다.
베이스 → ‘어떤 음으로 움직이는가’를 들어본다.

이 차이는 상당히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킥이 일정하게

쿵 — 쿵 — 쿵 — 쿵

하고 반복되는 동안 베이스는 그 사이에서

둥—— 둥둥— 둥——

처럼 별도의 리듬과 음높이의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순간부터 저음은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층으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디스코 한 곡으로 둘을 분리해보자

킥과 베이스를 처음 나눠 들을 때는 두 역할이 비교적 명확한 음악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Chic – Good Times를 들어봅니다.

이 곡은 앞서 베이스 기타와 신스 베이스를 비교할 때도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부분을 들어볼 겁니다.

먼저 Bernard Edwards의 베이스 라인을 따라가지 말고 킥만 찾아봅니다.

발로 일정하게 박을 찍어봅니다.

그다음 같은 구간을 다시 재생하고 이번에는 베이스 기타만 따라갑니다.

베이스는 킥과 똑같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짧게 끊기는 음과 이어지는 음, 쉼이 섞이면서 독립적인 라인을 만듭니다.

마지막에는 둘을 함께 듣습니다.

킥이 바닥에 기준점을 만들고 그 주변에서 베이스가 움직이는 느낌을 찾아보세요.

디스코와 훵크에서 리듬이 살아 움직이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이 관계는 꽤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주파수만 보고 킥과 베이스를 나눌 수 없는 이유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킥과 베이스가 헷갈리는 이유는 둘 다 음악의 저주파 영역에 상당한 에너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흔히

“킥은 이 주파수, 베이스는 저 주파수”

처럼 깔끔하게 영역을 나누고 싶어집니다.

실제 음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킥 하나에도 여러 주파수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킥의 낮은 몸통은 저역에 존재하지만 타격의 존재감을 만드는 클릭이나 어택은 훨씬 높은 주파수 영역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베이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낮은 기본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배음이 함께 있기 때문에 작은 스피커에서도 베이스의 존재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킥과 베이스의 주파수 영역이 서로 겹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음악 제작에서는 둘이 동시에 나왔을 때 서로를 지나치게 가리지 않도록 여러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것을 이해하면 믹싱에서 자주 등장하는 EQ와 사이드체인 컴프레션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베이스가 순간적으로 ‘숨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

전자음악을 듣다가 킥이 나오는 순간마다 베이스나 다른 소리가 아주 잠깐 작아졌다가 다시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사이드체인 컴프레션(sidechain compression)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킥 신호가 들어오는 순간 다른 트랙의 컴프레서가 반응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킥 등장 → 베이스 또는 다른 소리의 레벨 감소 → 다시 회복

같은 움직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작업을 할까요?

킥과 베이스가 비슷한 저역을 동시에 강하게 차지하면 서로의 존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한쪽이 잠시 공간을 양보하면 킥의 타격을 더 분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드체인 컴프레션의 목적이 항상 단순히 ‘충돌 방지’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강하게 사용하면 음악 전체가 킥에 맞춰 숨을 쉬듯 출렁이는 펌핑(pumping) 효과 자체가 하나의 리듬적 표현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여러 형태의 전자 댄스 음악에서 이런 움직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제 킥과 베이스를 듣는 일이 단순한 악기 맞히기를 넘어섭니다.

두 소리가 서로에게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주는지까지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808에서는 이 구분이 갑자기 어려워진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킥은 타격이고, 베이스는 음높이를 가진 라인이다.

그런데 현대 힙합과 트랩으로 가면 이 구분이 흔들립니다.

그 중심에 808이 있습니다.

808이라는 이름은 Roland가 1980년에 출시한 TR-808 Rhythm Composer에서 시작했습니다.

TR-808의 킥은 어쿠스틱 베이스 드럼을 사실적으로 흉내 내는 소리와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전자적으로 만들어진 둥근 저음과 긴 감쇠는 이후 음악가들에게 오히려 독특한 재료가 됐습니다.

현대의 음악 제작에서는 808 계열의 킥 사운드를 길게 늘리고 음높이를 조절해 베이스 라인처럼 연주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심지어 음높이가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808 slide/glide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질문이 생깁니다.

이것은 킥일까요, 베이스일까요?

출발점과 음색의 계보는 킥과 연결되어 있지만 실제 곡에서는 베이스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음악에서 ‘808’이라는 말을 단순히 킥 또는 베이스 한쪽에만 고정해서 이해하면 실제 사용 방식을 놓칠 수 있습니다.

howmyheartsings의 기존 808 사운드 글에서 다룬 808 kick과 modern 808 bass의 차이가 바로 이 지점과 연결됩니다.


킥과 베이스를 찾는 3단계 청취법

이제 좋아하는 노래 하나를 틀어봅니다.

이번에는 악기 이름을 맞히려 하지 말고 세 번 나누어 듣습니다.

첫 번째 재생 — 타격점만 찾기

멜로디와 가사는 잠시 무시합니다.

쿵 하고 일정하게 나타나는 타격을 따라 발을 움직여봅니다.

이것이 킥을 찾는 첫 번째 단서입니다.

곡에 따라 킥 패턴은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낮은 타격이 등장하는 순간을 찾는 것입니다.

두 번째 재생 — 타격 사이를 듣기

같은 부분을 다시 재생합니다.

이번에는 킥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킥과 킥 사이에서 낮은 소리가 계속 이어지거나 다른 음으로 움직이는지 들어봅니다.

그 움직임이 베이스 라인을 찾는 단서가 됩니다.

세 번째 재생 — 둘이 동시에 나올 때 듣기

마지막에는 킥과 베이스를 함께 듣습니다.

둘이 정확히 같은 순간에 강하게 나오는지, 번갈아 등장하는지, 킥이 칠 때 베이스가 잠시 줄어드는 듯한 움직임이 있는지 들어봅니다.

이 세 번째 단계부터 음악의 저역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무슨 악기인가?’에서 ‘두 소리가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로 질문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 네 곡을 서로 다른 이유로 들어보기

이번 글에서는 20곡짜리 플레이리스트보다 네 곡만 목적을 정해서 비교하는 편이 낫습니다.

Chic – Good Times

찾을 것: 킥과 베이스 기타

먼저 킥을 따라간 뒤 Bernard Edwards의 베이스 라인을 따로 들어봅니다. 두 리듬이 맞물려 그루브를 만드는 방식을 비교하기 좋습니다.

Donna Summer – I Feel Love

찾을 것: 반복적인 킥과 전자적인 저음

어쿠스틱 밴드 중심의 저음과 다른 질감을 느껴봅니다. 일정한 리듬과 반복되는 전자 사운드가 어떻게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지 들어보세요.

Daft Punk – One More Time

찾을 것: 킥과 함께 움직이는 음악의 펌핑

킥 자체만 듣지 말고 킥이 등장할 때 주변 소리의 움직임까지 들어봅니다. 사이드체인과 펌핑이라는 감각을 이해할 때 참고하기 좋은 청취 포인트가 있습니다.

Travis Scott – goosebumps

찾을 것: 현대 힙합의 낮고 긴 저역

이번에는 전통적인 베이스 기타와는 다른 저음에 집중합니다. 현대 힙합에서 저역이 얼마나 길고 깊게 음악의 바닥을 차지할 수 있는지 들어보고, 기존 808 글에서 살펴본 개념과 연결해봅니다.

네 곡의 목적은 ‘좋은 베이스 노래 추천’이 아닙니다.

같은 저음이라도 역할과 움직임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비교하는 것입니다.


작은 스피커에서 베이스가 잘 안 들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직접 따라 해봤는데 저음이 잘 구별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작은 내장 스피커에서는 매우 낮은 주파수를 충분한 수준으로 재생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같은 곡을 스마트폰 스피커와 헤드폰, 조금 더 넓은 대역을 재생할 수 있는 스피커에서 들어보면 저음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저음을 잘 듣기 위해 볼륨을 과도하게 높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음량에서 킥의 시작점과 베이스의 움직임을 반복해서 비교하는 편이 구별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베이스의 기본음이 충분히 재생되지 않는 환경에서도 높은 배음이나 다른 악기와의 관계를 통해 베이스 라인의 존재를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청취 연습은 ‘더 크게 듣기’보다 무엇을 들을지 알고 듣는 것에 가깝습니다.


저음이 두 개로 나뉘어 들리는 순간

킥과 베이스의 차이를 한 줄로 정리하면 간단합니다.

킥은 주로 타격을 통해 리듬의 지점을 만드는 드럼 요소이고, 베이스는 낮은 음역에서 리듬과 음높이의 움직임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음악에서는 둘이 같은 저주파 영역을 공유하고, 제작 방식에 따라 경계가 흐려집니다.

특히 808처럼 킥에서 출발한 소리가 길게 이어지며 음높이를 가진 베이스 라인으로 사용되면 단순한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킥과 베이스를 잘 듣는다는 것은 두 악기의 정의를 암기하는 일이 아닙니다.

타격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낮은 음이 얼마나 이어지는지, 음높이가 움직이는지, 두 소리가 동시에 나올 때 서로 어떤 공간을 차지하는지를 듣는 것입니다.

다음에 좋아하는 곡을 재생하면 보컬을 잠시 내려놓고 가장 아래쪽만 따라가 보세요.

처음에는 하나의 쿵으로 들리던 곳에서 어느 순간 킥이 치고, 그 사이로 베이스가 움직이는 모습이 따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음악의 저음이 한 덩어리에서 두 개의 움직임으로 나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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