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판의 가운데 라벨을 자세히 보면 33⅓ RPM, 45 RPM 같은 숫자가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턴테이블에도 33과 45를 선택하는 버튼이나 스위치가 있는 경우가 많지요.
처음 레코드를 접하면 이 숫자를 단순히 LP의 종류나 크기를 나타내는 표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RPM은 레코드의 크기가 아니라 레코드가 1분 동안 몇 바퀴 회전하는지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그리고 이 회전 속도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같은 레코드라도 맞지 않는 속도로 재생하면 우리가 알고 있던 노래가 전혀 다른 음악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LP에서 자주 만나는 33⅓ RPM과 45 RPM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모든 레코드를 하나의 속도로 만들지 않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RPM은 무슨 뜻일까?
RPM은 Revolutions Per Minute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1분당 회전수’ 정도의 의미입니다.
따라서 33⅓ RPM이라고 표시된 레코드는 턴테이블 위에서 1분 동안 약 33과 3분의 1바퀴를 회전합니다. 45 RPM 레코드는 말 그대로 1분 동안 45바퀴를 돕니다.
숫자만 비교하면 당연히 45 RPM이 더 빠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레코드가 단순히 돌아가기만 하는 물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레코드 표면에는 나선형으로 이어지는 아주 미세한 소리골(groove)이 새겨져 있습니다.
턴테이블에서 레코드가 회전하면 바늘, 즉 스타일러스가 이 소리골을 따라 움직입니다. 카트리지는 그 움직임을 전기 신호로 바꾸고, 이후 증폭 과정을 거쳐 스피커에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재생됩니다.
결국 레코드를 어느 속도로 돌리는지는 그 소리골을 어느 속도로 읽느냐와 연결됩니다.
그래서 제작할 때 정해진 속도와 재생 속도가 맞아야 원래 의도된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왜 LP에는 33⅓ RPM이 많이 사용될까?
LP라는 이름은 Long Playing에서 왔습니다.
1948년 컬럼비아 레코드가 상업적으로 선보인 장시간 재생 음반은 12인치 크기와 33⅓ RPM, 미세한 소리골인 마이크로그루브를 이용했습니다. 이전에 널리 쓰이던 78 RPM 레코드보다 한 면에 더 긴 음악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회전 속도를 낮추면 같은 시간 동안 레코드가 이동하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여기에 더 촘촘한 소리골과 제작 기술이 결합되면서 한 면에 비교적 긴 음악을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특성은 여러 곡을 하나의 음반에 묶는 데 잘 맞았습니다.
한 곡을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A면의 여러 곡을 듣고, 레코드를 뒤집어 B면의 음악을 계속 듣는 방식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12인치 LP와 33⅓ RPM의 조합이 익숙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큰 레코드 = 무조건 33⅓ RPM이라고 외워서는 안 됩니다.
12인치 크기이면서 45 RPM으로 제작된 음반도 있기 때문입니다. 레코드의 지름과 재생 속도는 서로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둘이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45 RPM은 왜 만들어졌을까?
45 RPM은 특히 7인치 싱글 레코드와 함께 익숙한 속도입니다.
1949년 RCA Victor가 7인치 45 RPM 레코드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이 형식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한 면에 비교적 짧은 음악을 담는 데 적합했고, 대중음악의 싱글을 발매하는 대표적인 형식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싱글 레코드를 살펴보면 작은 7인치 판에 45 RPM이라고 표시된 경우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지금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싱글’이라는 개념을 물리적인 음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앨범 전체를 담는 12인치 LP가 하나의 긴 음악 작품을 듣는 방식과 잘 맞았다면, 7인치 45 RPM 레코드는 특정 곡을 중심으로 듣고 유통하는 방식과 잘 어울렸습니다.
하지만 45 RPM 역시 7인치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DJ 문화와 댄스 음악의 역사로 들어가면 12인치 45 RPM 음반도 만날 수 있습니다. 더 넓은 레코드 면을 활용하면서 높은 회전 속도로 제작하는 방식은 음질과 음량 측면에서 장점을 얻을 수 있어 특정 싱글이나 DJ용 음반 등에 활용됐습니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레코드의 크기만 보고 속도를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가운데 라벨이나 재킷에 표시된 RPM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33⅓ RPM 레코드를 45 RPM으로 틀면 어떻게 될까?
이 차이는 직접 들어보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33⅓ RPM으로 만들어진 레코드를 실수로 45 RPM에 맞춰 재생하면 음악 전체가 원래보다 빨라집니다. 단순히 템포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음의 높이, 즉 피치도 함께 올라갑니다.
가수의 목소리는 더 높고 빠르게 들리고, 악기 역시 원래보다 높은 음으로 들립니다.
반대로 45 RPM 레코드를 33⅓ RPM으로 재생하면 음악이 느려지고 피치도 낮아집니다. 목소리는 훨씬 낮고 무겁게 들릴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에서는 재생 속도와 피치를 별도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도 있지만, 레코드의 기본적인 아날로그 재생에서는 회전 속도가 달라지면 시간과 피치가 함께 변합니다.
처음 턴테이블을 사용하는 사람이 “왜 이 노래의 목소리가 이상하지?”라고 느꼈다면 레코드 상태보다 먼저 33/45 속도 설정이 맞는지 확인해볼 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레코드를 처음 틀 때 확인할 것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레코드 중앙의 라벨을 살펴봅니다. 33⅓ RPM, 45 RPM 같은 표시가 있다면 턴테이블의 속도를 그 숫자에 맞추면 됩니다.
라벨에 표시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재킷이나 음반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크기만으로 속도를 단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12인치 LP에서 33⅓ RPM, 7인치 싱글에서 45 RPM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절대적인 규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숫자를 알면 레코드가 조금 다르게 보인다
33⅓과 45라는 숫자는 처음에는 턴테이블의 작은 설정값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한 장의 원형 매체에 음악을 얼마나 담을 것인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유통하고 들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33⅓ RPM과 12인치 LP는 긴 재생 시간과 앨범이라는 형식에 잘 맞았고, 45 RPM은 싱글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레코드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레코드의 회전 속도를 이해하고 나면 LP를 단순히 ‘옛날 음악 저장 매체’로만 보기가 어려워집니다.
다음에 레코드를 꺼낼 때는 음악을 틀기 전에 가운데 라벨부터 한번 살펴보세요. 33⅓인지 45인지 확인하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그 음반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 읽을 단서가 하나 더 생깁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레코드가 일정한 속도로 회전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얇은 소리골에는 도대체 음악이 어떻게 들어 있는 걸까요?
이 질문은 턴테이블의 바늘이 음악을 재생하는 원리와 연결됩니다.
FAQ
Q1. LP는 모두 33⅓ RPM인가요?
아닙니다. 12인치 LP에서 33⅓ RPM이 매우 일반적이지만, 레코드의 크기만으로 회전 속도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12인치 45 RPM 음반도 있으므로 실제 레코드의 라벨이나 재킷에 표시된 속도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2. 45 RPM 레코드는 모두 싱글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7인치 싱글에서 45 RPM을 흔히 사용해 둘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12인치 45 RPM을 비롯한 다른 형태도 존재합니다. ‘45 RPM’은 기본적으로 음반의 회전 속도를 뜻합니다.
Q3. 잘못된 RPM으로 잠깐 재생하면 레코드가 망가지나요?
속도를 잘못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레코드를 손상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음악의 재생 속도와 피치가 달라져 정상적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들린다면 먼저 턴테이블의 RPM 설정을 확인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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